어둠을 빠져나온 몇몇의 학생들은 전등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니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경계선 밖에서 자신들을 막을 존재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야 어떤 짓이든 할 수 있기에 여유를부리고 있었다.
“그래도 예상보다 빠른데……?”
“애초에 그 놈들의 협조가 없으면 안티스킬도 선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구?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해도 이상할 건 없어.”
그러나 자신들의 행동이 이렇게 빨리 발각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모양인지 겉으로는 안심하고 있어도 약간의 동요는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동요도 잠시 뿐이었다. 아주 잠시동안의 동요만이 있었을뿐 그 이후로는 여유로운 미소가 입안 가득히 퍼졌다. 안티스킬이라 해도 자신들의 강대한 능력을 막을길은 없을 테니까.
“그렇지……. 비교해볼까? 안과 밖의 실력차를.”
‘……? 뭐야? 지금 실려가는 저 녀석들은…’
노바나의 머릿속에 있는 사람들이 검은 차 안에 비치된 구조장비의 신세를 지고 있었다. 간신히잡은 정신줄을 놓아버린다면 바로 저 세상으로 가버릴 듯한 여린 숨결을 내뱉는 그들을 보더니 뭔가 생각난 듯 노바나는 핸드폰에 적어뒀던 배치표를뒤적였다.
‘역시나… 여기다 배치된 녀석들이잖아. 어떻게 된 거지?’
노바나는 조금 더 독자적인 조사를 하기위해 근처의 통신을 땄다. 평범한 핸드폰이라면 할 수 없는짓이지만 노바나 역시 경계선에 있는 사람인지라 상식-학원도시의 상식-을넘어서는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지금 다루고 있는 핸드폰으로 껍데기는 평범한 ‘최신폰’에 지나지 않지만 그 기능은 학원도시 최고의 테크니션이 헤집어놓은 터라 최신 컴퓨터급에 해당하는 괴작으로 이른바‘오버테크폰’ 정도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물건이라고 할까? 당연히 접속에는 큰 무리가 없었고 간단하게 선을 따서 그 내용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CCTV 자료는 여기… 이 근처에 설치된 카메라가 분명…….’
삑삑삑하고 전자기기를 조작하는 소리가 계속 퍼졌다. 본래라면 화상 카메라가 있어야 할 곳에 장착된홀로그램 조사장치가 3차원으로 간략화된 이 구역의 지도를 보여주면서CCTV카메라의 위치와 일련번호를 주욱 늘어놓았다. 노바나는 그 지도 위에 순찰영역 지도를끌어다 붙여 새로운 구성의 지도를 만들어 나갔다. 이른바 그 구역 전체의 힘과 같은 그런 구도를 알수 있는 바이블 같은 것이 그 홀로그램 위에 씌워지고 있었다. 노바나가 속한 스킬아웃에서 운영하는 독자적인정보수집체계. 이른바 제로 네트워크(자경 통신회선)를 통해서 흘러들어오는 온갖 루머와 사실들이 노바나의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정리되어 그 지도를 완성시키는데 걸린시간만 단 5분. 그 짧은 시간에 그 곳에서 벌어진 일련의사건을 모두 정리해낸 것이다.
그야말로 인외의 경지. 사실 노바나 말고도 이런 자료를 가진 사람은 수 십 명 가량에 이를 테지만이정도의 단말기로 정리한 것은 상당한 실력이라 봐도 무리는 없다.
“그런가… 그렇게 되는건가?”
“뭐가 그렇게 되는걸까? 라고 미사카는 빤~히 보면서놀래켜봅니다아~?”
“후냥!?”
정체불명의 괴성을 지르며 노바나가 핸드폰을 떨궈버렸다. 홀로그램은 여전히 노바나의 앞에 떠 있고핸드폰 역시 무사하지만 노바나의 뒤에서 끈적한 형태의 목소리를 집어넣은 사람은 여전히 노바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은 채 노바나의 귓전을 응시하고 있었다. 다름아닌 이 현장의 신고자이자 노바나를 찾는 탐색자. 미사카 19090호. 통칭 미사카 이토코.
“이… 이 끈끈한 어조는…… 이토코 언니?”
“정답! 32가 너를 찾아서 말야. 라고 미사카는 좀활달하게 대답해 봅니다.”
모 만화의 27이 모 캐릭터를 가리키는 것이랑 같은 이치라는 듯 백단위 이상의 숫자를 날려버린의미불명의 한마디로 사람을 지칭해버린 이토코는 노바나의 손을 잡고 검은 차량으로 끌고갔다.
“잠깐…! 제 핸드폰은 주워갈께요!! 어차피 가는 길이었다구요!”
“아? 그래? 상관 없나……. 얼른 주워와 라고 미사카는 못이기는 체 하면서 놓아줘 봅니다.”
노바나가 자기 핸드폰을 챙겨 오는 동안 이토코는 여러가지를 안티스킬과 상담했다. 아마도 가고싶다는의향을 보인 것 같은데 안티스킬 대원 한 명은 아무래도 이 사건이 조금 성가신 사건에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는 둥의 이야기를 해버렸고 웬지 노바나도관련자 격에 해당하니 조금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보호자 격인 이토코 언니에게 하고 있다. 이토코 역시 쿠로코 선생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관련자료가 있을 테니 자신도 협조하겠다는 의향을 보여주었다. 여러가지로 귀찮은게 오래 진행되는 것도 좋은 상황은 아닐 테니 한 말일 테다.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으니 이 아이도 같이 태워주실래요? 라고 미사카는 야마토 나데시코 풍의정중한 인격을 다운로드받아다 부탁드립니다.”
“언니……. 길바닥에 꿇어앉지 마 옷 더러워진다고 언니가 화낸다구. 게다가 인격 다운로드라니 그건 또 어디서 배운거야? 플러그인?”
황당하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 노바나의 핀잔에 이모토의 반응은 “아니… 요즘 재밌는 게임을 봐서 베타테스팅을 신청했더니말야. 그 캐릭터인격이 마음에 들어서 잡지에 돌아다니는 설정집을 들여다본 다음에 인격형성 완료~! 라는게 되어버렸는데? 라고 미사카는 장난스럽게 대답해 봅니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대답이었다. 그 전에 인격형성이라는건 테스터먼트라는 오감을 자극하는 정밀기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었던가? 라는 의문은 간단하게 해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렇지… 전격능력자(일렉트로 마스터)잖아…….’
자기에게 전기신호를 집어넣어 입력하는 바보 같은 방법이 있다는게 떠올라 황당함에 한숨마저도 쉬지 못했다.실제로는 그런 방법도 아니고 그냥 연기에 지나지 않지만 워낙에 감정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이토코의 특성상 그렇게라도 해서 감정표현을집어넣을 것 같아 다른 시스터즈 단말들도 걱정을 좀 하고 있다.
탁하고 안티스킬 차량의 문이 닫히자 느긋한 엔진소리와 함께 약간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안티스킬 62지부의 나미하라 헤이(波原平)라고 한다. 너도 이번 사건과 어느정도 관련이 있는 것 안다. 애초에 너도 이 녀석들과 같은 곳에 있는 처지일 테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네가 가진 정보는 전부털어 줘야겠다.”
이름대로랄까. 어딜가나 평범해 보이는 인상. 그러니까전형적인 교사의 얼굴을 한 나미하라 선생은 노바나에게 사정청취를 요구했다. 노바나가 가진 자료야 고작핸드폰에 적어둔 정도의 자료 뿐이라 순순히 핸드폰을 내려놓고 홀로그램을 켜다 보여줬다.
“제가 가진 거라곤 이정도 뿐이에요. 이미 안티스킬도 갖고있을 정보일텐데요.”
학원도시 최고의 전산기술자라면 제로 네트워크 따위는 이미 손에 넣고 있을 터라 당연한 이야기였다. 실제로우이하루는 제로 네트워크를 강제로 뚫고 정리를 끝내 나머지 서류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오고 있었다. 학생범죄자들이사용하는 네트워크를 교사가 이용한다는게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 학생범죄라는건 학생범죄자들이 더 잘 아는 법이기에 의외로 우이하루가 애용하는방법이었다. 게다가 그 최고의 테크니션께서 주물러서 선물한 핸드폰으로 접속했으니 아마 우이하루의 손에는노바나가 접속한 순간에 이미 정보를 접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들지만 그 시점의 이토코나 나미하라 선생 그리고 노바나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도않은 선의 이야기가 된다.
“음… 이정도 정보라면 최소한 ‘우리’는 모르고 있는 이야기야. 그쪽은 어떠십니까.”
나미하라 선생은 옆의 이토코에게 물었다. 아마 안티스킬이고 이토코가 쿠로코에게 연락해서 온 만큼이토코가 어떤 사람인지는 이미 인식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건네진 말이다.
“최종루트의 회신으로는 이미 보유한 정보이니 보유한 관련자료를 차량으로 송신해 주겠다는 연락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다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컴퓨터에 통신회선이 개방되더니 순식간에 수많은자료가 들어온다. 그 전송 속도에 맞춰서 그 자료를 읽어내고 분석하는 것은 전기신호를 그대로 읽어 해석할수 있는 존재인 시스터즈 단말. 미사카 이토코이다.
“최근 벌어진 흉악범죄… 레벨 4급에 해당하는 위험순위범죄 발생분포…….”
“폐쇄회로 자료는요?”
“묘하게 확실히 잡힌 게 없어. 일부러 파일에 노이즈가 들어간 걸 보면 원본 자체가 전송단계에서망가졌나봐.”
“얼핏… 은 잡혔단 이야기죠? 잠깐 쓸 수 있을까요?”
안티스킬의 컴퓨터를 난데없이 쓰겠다고 하고서는 노바나도 자판에 손을 올렸다. 확실하게 잡히지않았다는 것은 촬영할 때는 잡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들도 알고있으니 전송단계에서 노이즈를 집어넣었다는이야기가 된다.
“최소한……. 전격 능력자가 일원이란 소리야? 라고미사카는 일단 경악해봅니다.”
“전송중인 파일을 망가뜨리려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전자를 움직여야 하잖아요? 그건 상대성 이론에어긋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확실히 과학계에서는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라는 것은 없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아인슈타인의사고실험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아인슈타인이 빛의 속도로 비행하는데 그 앞에 거울을들고 있다고 가정한다. 거울은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비추고 있지만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로 비행하고 있기때문에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아인슈타인의 얼굴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는 것이이 사고실험의 핵심내용이다. 물론 나미하라 선생은 “중학생이뭘 그런걸 아는거야…….”라며 황당한 눈초리를 내보이고 있지만 일단 지금으로선 의심가는 것은 그것이먼저다.
“빛을 따라잡을 수 있는 건 빛 뿐이야. 당연히 전기신호를 따라잡을 수 있는 것도 전기라구? 애초에 그건 전제가 잘못되어있는 실험이란 말이야. 거울에 비추게하려는 것은 빛 자체이지 빛 사이에 차 있는 물질이 아니라구? 생각해봐. 구리선에 전기를 통하게하면 그 전기는 구리선이 전달하는게 아니라 구리선을 타고 전달된단 말이야. 너 공부 어디서 잘못한거야? 라고 미사카는 핀잔을 줘 봅니다.”
“하지만 전송이 시작된 시간이랑 방해한 시간이 다를텐데요?”
“아차… 그쪽이 문제구나.”
이토코는 머리를 싸잡으며 자신이 짚은 헛다리를 한탄했다. 이것 저것 평범한 중학생과 어른이 할소리들은 아니었지만 결국 둘 다 바보짓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만 인증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디가 잘못된 것이란 말입니까?”
“자료가 깨져있었다구요?”
“노바나랑 이토코 씨가 받은 자료를 보면 노이즈가 삽입되어 있대요. 제 보안을 뚫을 사람은 없으니중간에서 파일을 망가뜨렸다는 건데 사실상 불가능하대요.”
뭔가 중간에 엄청나게 자신만만한 말이 나왔지만 어떤 블랙 테크니션도 우이하루의 방벽을 뚫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그 레벨 5의 레일건마저 그 벽을 뚫는데는 사실상 실패한전적이 있다. 본인들은 전혀 모르는 선의 이야기이지만.
“중간에서 부순게 아니라 시작부터 부수면 어떤가요? 어차피 감시를 깔아도 할 녀석들은 다 하잖아요? 사각에서.”
“그건 무슨…… 아!”
자, 그 헛다리의 해답은 이런 뜻이 된다. 어차피뒷골목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CCTV의 사각정도는 그냥 꿰고 있다. 노바나도그걸 꿰고 있으니까 이 근처의 폐쇄회로 자료를 찾은 것이다. 즉 이미 알고 있으니 그냥 찍히는 순간에노이즈를 삽입해 넣었다는 이야기다.
“즉 편광능력(트릭아트) 정도로는 자신들을 전부 가릴수 없었다는 말이 되는거죠. 그러니 노이즈를 집어넣어 자신들을 감추었다고 보는게 타당한 이야기가 되는게아닌가요? 트릭아트가 있어도 효과가 미미했다. 또는 없다. 그러니 전격으로 망가뜨려 넣었다. 애초에 부수면 자신들이 나온게더 빨리 들키니 노이즈 정도가 적당한 것이었을 테고요.”
역시 토키와다이의 선생다운 답이랄까. 역시 공과랄까. 24시간중의대다수를 연산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쿠로코의 특성 때문이랄까. 저지먼트와 안티스킬 경력을 쌓으면서 알게된점이랄까. 여튼간에 그게 가장 타당한 답이 되는 것이다.
“그… 그렇구나…….”
[그러니까 다른 길을 찾아야해요. 노바나? 제로 네트워크에는다른 자료가 없는건가요?]
“저희 입장으로서는 그 이상 쓸만한 자료는 없을 것 같아요.”
쓸만한 자료는 없다. 쓰레기 자료는 이미 우이하루 손에서 필터링을 다 거쳤다. 아쉬운 말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로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스킬아웃이 다루는 네트워크 이외에는 거의도시전설급의 네트워크만 돌아다니고 있고 그 정체는 스킬아웃도 모른다. 심층부의 자료는 오히려 안티스킬이나저지먼트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얻어낸 정보 쪽이 많았고 그나마도 그 자료의 순환주기가 너무 빨라 해결하러 출동하면 이미 끝난 뒤가 대부분이었다.
“기껏해야 ‘여왕녀석’정도면 테두리 정도는 알 수 있을것 같지만요.”
[여왕……이라 하면 당신과 같이 잡힌 그 아이죠?]
“지금으로선 그정도에요. 죄송해요.”
[아뇨 미안할 것 없어요. 저는 유치장에 갔다오겠습니다!]
화면 너머로 텔레포트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 자리에 앉아있던 우이하루는 다시 캠코더로 고개를 돌린 채 몇가지의 질문을 했다. 그러나 성과는 없이 알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 통신을 끊었다.
전쟁이 남긴 것은 잔혹한 결말이었다. 학원도시의 정점 초능력자(레벨 5)가 행방불명되었다. 1만명 가량의 소녀들이 사랑하던 '그 사람'이 행방불명되었다. 깊은 어둠을 돌아다니던 조직들이 거의 와해되었다.
그 전쟁을 기억하는 현재의 교사 집단을 비공식적으로 이렇게 지칭한다. '귀환학생'. 전쟁에서 돌아온 생환자들이라는 이름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 귀환학생들이 기억하던 이름들은 모두 도시전설이 되어 기록되어버렸고 이제 모든 것이 잊혀진 시점. 생지옥을 갓 벗어난 현재. 단지 귀환학생들만이 그 시대를 추억하는 지금.
그것이 전쟁종결 15~16년이 지난 이 '학원도시'이다.
* 전쟁의 결과 레벨 5,6 시프트 기술이 소실되었다. 트리 다이어그램이 전부 폭격당한 현재 이 기술을 복원할 방법이 없다. * 미사카 시스터즈들은 모두 미사카 家에 적입되었다. 미사카 미스즈의 결단에 따라 전부 미사카의 성을 취득. 개별 객체의 이름은 몇몇 객체를 제외하면 랜덤, 또는 연구시설에서 자율부여.(제외객체 : 10032호-미사카 동생,19090호,20001호) * 귀환학생 중 몇몇학생들이 전쟁기간동안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잃어버렸다. 따라서 어른이 된 현재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학생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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